1972년 재선에 성공한 닉슨 대통령은 민주당 선거본부가 위치한 워싱턴 워터게이트 건물에 행한 불법 도청장치가 드러나 하원 탄핵안이 의결되고 상원 가결이 확실시되자 자진 사퇴했다. 탄핵 결의 전에 사임하는 바람에 1974년 대통령 직에서 물러났다가 존슨 대통령의 사면으로 형사 처분을 면한 불명예스러운 대통령이 됐다.상대 정치세력인 민주당 선거본부에 도청한 것도 큰 죄였지만, 그보다 더 큰 죄는 이를 폭로한 기자를 협박하고 진실을 숨기려고 거짓말을 한 것이 미국민에게 큰 상처를 준 사건이었다.
고려 말 공민왕 때의 일이다. 임금 노국공주의 사당 건축이 부당하다는 내용으로 신하 유탁이 상소를 올렸다. 이에 공민왕은 유탁을 죽이기 위해 이황에게 죄를 날조하고 유탁을 사형에 처하도록 거짓 교서를 작성하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이상은 끝내 뜻을 굽히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전하께서 열거한 유탁의 네 가지 죄는 사형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내가 죄를 뒤집어쓰더라도 어찌 죄를 지어내고 거짓으로 교서를 할 수 있겠는가. 고려가 멸망한 것은 충신들보다 국정을 장악한 왕과 같은 신돈과 간신들이 횡행하였기 때문에 역성혁명에까지 나라가 망하게 되었다.
제나라 경공(景公, ?-기원전 490)이 권좌에서 쫓겨난 뒤 "나를 보좌하는 충신은 등용하지 않고 주변에 간신( 召臣)과 소인배만 두었다가 쫓겨났다. 내가 권좌에 있을 때는 누가 충신인지 몰랐는데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알았다고 탄식했다. 하지만 깨진 깍두기 물을 주우지 못했다.
신하들의 행동에는 주인을 농락하는 아(가 있어 입을 다문 궤흉이 있어 진언이라는 쓴 말이 있다.권력은 들꽃과 같다. 권좌에 있을 때는 평생 가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꽃처럼 시들어 사라지는 것이 권력이다. 오늘날 사람들이 과거 호령했던 정치인이나 영웅호걸을 기억하는가.이들이 집권할 때는 이들을 중심으로 행성이 도는 것으로 착각해 당을 만들고 무리를 만들었다.
중국 후한 왕부가 쓴 정치를 비판한 <잡부론>에서는 당을 세운 자들의 사악함과 이에 휘둘리는 백성들의 어리석음을 고발하고 있는데, 그의 혜안이 뼈아프다.사실상 정치적 당파에 치우친 소신 없는 정치인들에게 예나 지금이나 일갈하는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개 토형 백견 토성 하나가 그림자를 보고 짖기 때문에 수많은 개들이 덩달아 짖는다.그림자를 진실이 아닌 허상, 즉 거짓이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이제 본론 겸 결론을 말하면 이렇다
대통령의 눈 밖에 나 대법원장까지 내정된 김명수 대법원장의 행태는 잔인하다.부하 법관인 임성근 부장판사는 장기 떼는 병으로 몸이 아파 판사를 그만둔다고 하지만 걱정은 하지 않고 정치적 득실을 따져 눈치만 보고 자신의 안위만 생각해 병든 부하의 사표를 받아 놓고도 탄핵 때문에 달래는 그 행위는 악이다. 그리고 졸렬하다.
노 전 대통령은 대법원장의 지위를 이용해 권한을 남용해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취임사를 스스로 거짓말했으니 비참한 일이다. 사법부 법관을 규정대로 지켜야 할 위임받은 권력으로 부하가 죽든 말든 자신의 영달만 꾀한 것은 죄가 아니다. 그 마음에 인이 없이는 사람의 도리가 없다.
더욱이 탄핵에 관한 진실공방에서 거짓말까지 하고도 모른 체하다 금세 들통났으니 더는 사법부의 리더가 될 수 없다. 자리에 연연하니 그게 국민에 대한 후안무치다.병든 부하를 탄핵골로 몰아넣어 해를 입히다니 그런 사법부의 비열한 자리를 가진 국민은 비감이다.이들 부류의 선명성 자랑은 무리하는 자기들끼리 용인할 뿐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안하무인의 죄와 오만의 죄가 크다.
부하가 그의 행적을 믿지 못해 녹음해서 나중에 자신의 보호를 담보하려 했을 정도다. 해도 너무한다.임 부장판사는 그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앞에서 이렇게 말하며 돌아서면 딴소리를 하니 그를 믿을 수 있겠는가.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 광언령색의 거대한 벽과 그런 그를 둘러싼 조직을 마주친 자신의 초라함과 고독감을 녹음에서조차 극복하려 한 것은 아닐까.누구라도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 교언영색의 인간이라면 그랬을 것이다. 인지상정 아닌가?
그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녹음이 세상에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입만 열면 거짓말을 했다는 그의 인격 결말은 자신이 만든 업보다. 그 업으로 임 부장판사는 힘센 여당 의원에 의해 탄핵이 의결되고 말았다.
여권의 한 의원은 임 부장판사에 대해 불법 도청이라고 했는데 도청 의사를 알고도 그런 발언을 했다면 국민을 아는 것을 개돼지 정도로 보고 얼버무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당사자 간의 녹음은 불법이 아니다.
탄핵까지 마음대로 다룰 힘이 막강해진 의원들의 왈 현 상황은 개 토형백견토성(일견 토형백견토성)과 다를 바 없다. 그 힘이 어디까지 갈지는 생각하는 국민에게 있지 않을까. 시간은 단지 누군가의 끝없는 전유물이 아니다. 정치적 시간의 주인은 변하고 또 변하는 것이 진리와 같은 사실이다.
한노괴 사자 교인, 한러에게 돌을 던지면 개는 돌덩이를 쫓고, 사자에게 돌을 던지면 돌을 던진 사람을 찾아 묻는다.개는 그림자를 쫓는 개일 뿐이고 사자는 사물의 본질을 본다는 것이다.
본질을 외면하려는 간웅들이 설치는 정치권은 결국 백성이 저지른 업보의 난장판이 아닌가.한 시대의 실패를 다음 시대가 회복해야 할 책임지는 것, 이것이 역사고 생각하는 백성이어야 산다고 함석헌 옹은 말했다.
(낙타문)